2007년 09월 08일
커다란 호랑이
할머니댁이 있는 시골마을에는 내 또래의 손녀를 두고 있는 시골집이 있었다. (그집 아저씨와 우리 아빠는 소꿉친구였다.)
나는 그 여자애랑 노는 걸 좋아해서, 할머니댁에 가게되면 제일먼저 그 시골집 앞을 기웃거렸다.
그 여자아이네 가족이 있는 날에는 그 집앞에 자동차가 서 있었는데, 그게 없는 날에는 허탈한 얼굴로 돌아가곤했다.
하지만, 자동차가 있는 날은 아주 재미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.
보미(그 여자애의 이름)네 할머니댁에는 창고가 있었다. 커다란 문이 있는 쪽 반대편에는 아주 작은 문이 달려있었는데, 어느날 보미랑 나는 그 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.
"보미야, 저 문 안쪽에는 뭐가 있는 지 알아?"
그러자 보미가 말했다.
"커다란 호랑이."
"뭐? 거짓말."
"진짜야, 우리 할머니가 저번에 큰 호랑이를 잡아다가 나에게 선물로 줬는걸?"
"에에?"
"진짜야, 보여줄까?"
하지만, 그 문은 뻑뻑해서 어린애 힘으론 열수가 없었다.
"안열리네, 역시 호랑이 없지?"
"어? 있거든? 못 믿겠으면 열어볼까?"
"거, 거짓말!"
"진짜야! 너 자꾸 내 말 안듣고 그러믄 호랑이 시켜서 너 물어버리라고 한다?"
그날부터 나는 공포에 떨었다.
보미가 호랑이를 시켜서 날 죽일까봐.
너무 무서워서 집으로 뛰쳐가서 작은엄마에게 여쭸다.
"작은 엄마! 보미가 창고에 커다란 호랑이를 키우고 있어요!"
".....그럴리가."
"진짜래요!"
"용주야, 호랑이 같은 건 없을걸? 보미가 장난 친걸거야!"
"진짜요?"
"응."
"진짜?"
"그럼~"
하지만, 난 작은 엄마의 말을 완벽히 믿을 수 없었다.
보미의 말이 더 그럴듯 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. 그래서 한동안 보미네 창고에 숨어 살고 있는 호랑이를 떠올리면서 공포에 떨었다.
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이없는 일이긴 한데, 그때의 나는 겨우 여섯살이었다.
후에, 고등학생이 되어서 보미에게 그 일을 이야기하니,
"어? 내가 언제?"
....라고 대답했다. 정말 기억을 못하는 걸까?
아무튼 그 커다란 호랑이는 내가 어린시절에 가장 무서워 했던 존재였다.
직접 본 존재가 아니고, 보미의 뻥으로 인해 제멋대로 상상했던 존재라서 그런지 더 무서웠었다.
지금도 가끔 생각난다.
물론, 옛날처럼 두려운 존재가 아니고, 피식피식 웃음이 나게 하는 존재로서.
# by | 2007/09/08 13:24 | 일기장 | 트랙백 | 덧글(8)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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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밀글] ㅎㅎ 반갑습니다!! 저도 잘 부탁드려요;ㅂ;
가환] 힝잇!
토우] 흥어!
비밀글] ....의외로 성격은 무디고 얌전한 애야.ㅋㅋㅋㅋㅋㅋㅋ
링크 납치해갑니다.
어흥~